[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닭꼬치 꿰고, 밥푸고, 케이크 자르는 일본 로봇

입력 2017-08-28 07:15   수정 2017-08-28 07:55


아리스토텔레스는 저서 『정치학』4장에서 일종의 인공지능을 지닌 ‘자동노예(automatic slave)’에 대한 판타지를 그렸습니다. 그는 “가정을 운영하는 사람이 하인이 필요 없거나 주인이 노예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는 꼭 한 가지밖에 없다. 다이달로스가 만든 동상이나 헤파이스토스가 제작한 제기(祭器)들 처럼 생명이 없는 도구들이 명령을 받거나 주인의 뜻을 스스로 헤아려 일을 하는 경우이다”라며 “베틀의 북이 스스로 천을 짜고, 현악기인 리라가 스스로 연주하는” 소위 자동화의 세계를 상상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상상’이 오늘날 현실에서 가장 많이 구현된 국가가 어디일까요. 아마 일본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톰’같은 옛 세대 애니메이션에서부터 ‘아시모’로 대변되는 현대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까지 인간을 닮은 로봇에 대한 ‘집착’이 강할 뿐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로봇과 자동화 기기에 대한 수요와 실용화가 남다르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인구감소에 따른 일손부족 현상까지 심화되면서 자동화의 진전이 더욱 빨라지는 모양입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요즘들어 자동화 기계가 눈에 띄게 늘고 있는 분야는 일손부족에 따른 인건비 상승 압박을 강하게 받는 식품가공·요식업 분야입니다.

가나가와현의 하다노시 주점의 경우, 닭꼬치 제조작업은 전부 기계가 하고 있다고 합니다. 전용 거푸집에 닭꼬치 재료를 넣고 버튼을 누르면 10초 후에 물결무늬가 가미된 채로 재료가 빠지지 않게 예쁘게 정리된다고 합니다. 수작업을 할 경우, 몇시간 동안 1인당 100~150개의 닭꼬치를 만들 수 밖에 없었다고 하니 생산성의 차이가 어마어마합니다. 예전같으면 닭꼬치 만드는 일 같은 분야는 사람의 손으로 만드는 것이 당연했지만 워낙 일손이 부족하다보니 이런 세세한 곳까지 자동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코지마기연공업이라는 회사에서 2009년 부터 꼬치기계를 제작해 현재 7개 기종을 판매하고 있다고 하네요. 회사측은 “최근 몇년간은 전년 대비 20~30%가량의 판매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교토 소재 기업인 야기주방기기제조는 2년전 밥을 담아주는 로봇기계를 출시했다고 합니다. 그릇의 형태에 맞게사각형이나 삼각형 등 다양한 형태로 밥을 담는 것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사각형 ‘벤토’부터 삼각형 ‘오니기리’까지 어떤 형태의 도시락 제조에도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무엇보다 사람 손으로 담은 것과 같이 푸짐하게 담는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대당 가격이 200만~350만엔(약 2000만~3500만원)으로 부담이 적지 않지만 2년만에 20대 가까이 팔렸다고 합니다. 조그만 마을에 있어 사람 구하기가 힘든 도시락가게 등이 주요 고객이라고 합니다.

케이크 자르는 로봇도 일본에선 식품제조 현장에 투입됐다고 합니다. 경험이 적은 사람이 케이크를 자르다가 애써 만든 케이크가 파손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사람을 쓰느니 기계를 사서 사용하는 것이 선호된다고 합니다. 플라스틱을 접착하는 초음파 기술을 갖춘 한 중소기업이 3년전에 시장에 진출한 이후 꾸준히 제품을 내놓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 식품기계 공업회에 따르면 2016년까지 식품기계의 일본내 판매액은 5년 연속 증가세라고 합니다. 다품종 고비용의 일본 음식문화 특성상 소규모 전용 로봇이나 기계의 진출이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19세기 ‘러다이트 운동’의 사례처럼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공포가 보편적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일본에선 사람이 부족해 기계가 사람의 자리를 속속 차지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베틀이 스스로 천을 짜고, 리라가 스스로 연주하는 세계’가 어떻게 자리잡았는지를 분석하고, 이를 어떻게 바라봐야할지 관점을 확립하는 것. 이것이 바로 현대인에게 주어진 숙제인 듯 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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